별거 아닌 이야기

1) 계절학기는 가뿐히 A를 띄웠다.
고학년들이 계절학기 학점을 쓸어간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느꼈달까.?

2) 어제 gs에서 단짠소스 대패삼겹살 가득 김밥이었나 돼지해를 맞아 출시됐다고 표시돼 있던 신상 김밥을 샀다.
늦은 새벽에 오뚜기 카레컵면도 샀지만 양심상 자취방으로 돌아와서 김밥만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기로 했다.

포장 비닐을 뜯고 먹으려는데 대패삼겹살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단짠소스라고 한 간장소스가 칠갑이 되어있었다.
여태까지 먹어본 편의점 김밥 중 역대 최악.
새벽에 밖을 나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편의점 김밥 매대 앞에서 깊은 고심 끝에 고른 김밥이
고작 소스만 듬뿍 발린 핵노맛 음식 쓰레기라니
화가 치밀었다. 제기랄.

이거 핵노맛이라고 사 먹지 말라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밤이 깊어 하소연할 사람은 없고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일기장에 적어야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저번 주 금요일, 그러니까 3일 전 점심을 먹으러 가던 길에 하레돈카츠 가게를 지나다가
가게 앞에 적힌 매주 금요일은 휴무! 라는 메모를 보고
아! 오늘 애인 보는 날이네 하고 생각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데이트를 하는데 사실 그날 애인이 할머니 병문안을 가야 해서
슬프게도 금요일에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전 날 저녁도 같이 먹고 개의치 않아 했었는데
매주 금요일은 휴무!라는 메모가 나를 환기시켰다.
여러 감정들이 가볍게 뒤섞여서 딱히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만
그 메모가 나를 스친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 그랬을까 무슨 자신감인지 
같이 자주 가던 파스타집에 혼자 갔다.ㅋㅋ
혼밥레벨 급상승 ;;

4)도대체 이 추운 밤 1층 공동 보일러를 꺼놓은 인간은 누구인가?
바닥이 찹찹해서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 좁은 방에 어디서 스며드는지 알 수 없는 한기와 늘 함께다.
전기장판 하나가 참 다행스럽다.

별거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가볍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
입이 근질근질 한가보다.

새벽 5시의 하늘

어제 시험공부로 밤을 새는 도중에
배가 고파서 새벽 5시에 편의점으로 향했다.
해가 뜨기 1시간 반 전인
주변 가게들도 불이 다 꺼지고
새까만 밤. 칠흑 같은 새벽이 내려앉은 도로.
쌀쌀한 바깥바람을 맞으며 밖을 나섰지만
처음 보는 검고 커다란 공간에 내가 들어서는 듯했다.

변하지 않는 건 다이아몬드 하고~

검정치마 - Diamond

최근에 이 노래에 푹 빠졌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는 노래.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내가 잘못 고른 단어가 너무 크게 들릴 때' 
그리고 훅 부분인 '변하지 않는 건 다이아몬드 하고 널 사랑하는 나 밖에는 없다고'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노래인가. 그대가 서운해할 때 안절부절하는 내 모습이.

이 노래를 시작으로 내가 들어보지 못 한 검정치마 노래를 찾아 들었다.
타이틀 두 곡만 알고 있던 2집이 특히나 재밌었다.
얼굴 마주할 시간이 모자란 애인과 모처럼 먹는 아침식사에 
걸려온 비즈니스 전화가 탐탁잖은 곡 내용에 피식한 '아침식사'와
전 애인과 마주 앉은 거리를 좁힐 수 없어 헤어지던 날, 대조적으로 화창한 날씨 아래 일상의 대화를 이어가던
내 과거가 생각나 피식한 '날씨'

몇 달 전에 내 일기장을 처음부터 정독했다.
신기한 건 내가 겪은 적이 없는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내가 겪었던 일들인데
소설을 읽으면 그 내용의 장면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듯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날씨'를 들으면서 피식할 수 있었나 보다. 작곡은 또 얼마나 신나는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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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애인과 어제 500일을 맞았다. 
뭐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100일도 못 넘겨봤는데
막상 이렇게 지나고 보면
사실 오래 만났다는 느낌보단 흘러가다 보니 벌써?의 느낌이다.

최근 애인과 같이 해본 성격검사엔 
결과를 보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정말 나와 정 반대의 사람인데
막상 같이 있을 때에는 그런 성격들은 별 상관이 없다.
아 그리고 연애관이 비슷하다는 것 정도?

500일을 딱히 기념하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고
사실 2주 전 'diamond'를 들었을 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는데
학교 과제가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 과제를 다 털어서 딱히 핑계가 없어서 랄까..?ㅋㅋ

지금까지 싸웠다기보단 말다툼 한건 3번? 4번? 정도 있는 것 같다.
단어 선택을 잘 못 했다거나, 의도를 오해했다거나, 상대방의 생각에 무심했다거나 하는 사건들.
100~200일까지만 해도 우린 싸울 일 없을 것 같은데? 했는데 택도 없다.
사실 너무 안 싸우는거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 애인과 함께 이쪽 친한 행님 H가 있는 고성으로 놀러 간 일이 너무 재밌었고 즐거워서
일기를 적고 싶었는데
일기에 붙일 타이틀 노래가 포근하지만 가사가 슬퍼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과연?) 미루고 미루다
흐지부지됐다.
2부작으로 계획했는데 나중에 시간 나면 정리라도 해놔야지.

 

故 노회찬 의원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소라 - track 8 

이소라 7집의 타이틀곡이자 엘리엇 스미스의 팬인 이소라가 그의 자살소식을 듣고 받은 슬픔으로 작사를 한 곡이다.

 어제 故 노회찬 의원님의 자살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오늘 그와 관련된 뉴스들을 속속 접하니 슬프기 그지없다.
 문득 이 노래를 들어야겠구나 싶어 바로 유튜브를 켰다.
 그리고 부산에 시민분향소가 있는지 검색했다.
 26일 오전 10시까지 부산 시청에서 시민 분향소를 설치해 그를 애도하는 자리가 있더라.
 내일 알바를 마치고 곧바로 가볼까 싶다.

 꼭 그랬어야만 했을까? 란 나의 안타까움에 그의 유서에는 "두 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을 받았다.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정미 대표와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라고 답하고 있었다.
그의 죽음을 미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진보정치인으로서 얼마나 부끄러웠을지 얼마나 무너져내렸을지 감도 오지 않는다.

나는 정확히 최순실 태블릿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뉴스나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내 소중한 한 표를 잘못 행사한 죄책감과 부끄러움 때문에.
그래서 진보와 보수가 무엇인지 스스로 배우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정의당을 좋아했다.
썰전 패널로 자주 출연하시는 故 노회찬 의원을 항상 반가워했다.

난 사실 아직 정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적이 없다. 그나마 서먹서먹했지만 나와 단둘이 있을 때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 정도. 그렇다. 아직 심연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행운아다.
그리고 나에겐 학창시절에 교통사고로 친한 친구를 떠나보낸, 심연을 아는 애인이 있다. 애인은 친구의 기일 즈음이 되면 종종 불면증에 시달린다.

track 8을 들으며 애인에게 카톡으로 물었다. '꼭 그랬어야만 했을까?'
애인은 '우리가 자살을 선택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건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주는 것뿐이야. 슬픈 일이야...'라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그 대답 위로 '볼 수도 없어, 죽음보다, 네가 남긴 전부를, 기억할게'라는 가사가 흘렀다.

덧붙임. 정치적인 글이 아닌 개인적인 일기장이라 생각하고 글을 썼는데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이 되었네요.
이런 댓글들이 달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껄껄 댓글 남겨주신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댓글 허용하지 않음'으로 바꾼 것을 알려드려요.

가시 돋친 사람

밤이 늦었다.

쓰고 싶은 주제들이 너무 많아서

최근 시작한 단기 알바를 끝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와
몸은 많이 지쳤는데 샤워를 하는 내내 쓰고 싶은 주제들로
머릿속으로 글을 썼다.
정리하고 다듬고 정말 잘 썻다 내 뇌 망상 급으로.

기분이 좋았다. 글을 사실상 다 썼다.

대충 요약하자면 첫째, 계절학기로 산업안전 재수강에서 아무 주제로 3분스피치를 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복학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성 소수자에 대해 3분 스피치 하기. 였지만 결국 내 나름의 타협으로
에이즈 바로 알기 3분 스피치를 했던 일. 질문이 쏟아질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일.

둘째. 현재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가짜뉴스들과 무지에서 오는 공포와
무슬림에 대한 팩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과장되고 자극적이고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영상들이 쉽게 소비되고 전파되며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기독교단체와
사랑과 헌신으로 뭉친 사실상 우리나라 봉사단체의 절반이 기독교단체인 것에 대한 현실의 아이러니
에 대한 내 생각.

셋째. 나란 사람은 타인을 향해 항상 가시 돋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 제목을 '가시 돋친 사람'으로 쓰고 그런 내 모습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해보고 싶은 내 마음에
네이버에 '가시 돋친' 이 맞는지 '가시 돋힌'이 맞는지 검색해 보는 나..에 대한 글

이렇게 세 가지다.
머릿속으론 각자 하나하나씩 장편 에세이를 썼다.

껄껄
밤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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