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 그러려니
무심히 흘러가는 피아노의 반주는
선선히 바람의 흐름을 타는 공기이며
덤덤한 그녀의 목소리는
숨을 들이 쉴 때 코로 들어 오는 그 날의 향기를 담은 공기의 촉감같다.
4월 29일. 그 사람을 만나기 전날.
노래는 신기하게도 내 생각과 정서를 지닌 곡들이 때에 맞춰 나를 찾아 오는 것 같다.
아니면 기존에 알고 있던, 평소엔 무심히 지나 갔던 곡들의 가사가 나에게 다가 올 때도 있다.
이번엔 3일 내내 선우정아의 그러려니를 들었다.
오히려 음악이 내 정서를 지배한다고 느낄 정도로 많이 들었다.
난 왜 이리 이 노래에 집착적이였을까.
사실 우리가 헤어졌을때 약속을 하나 했었다.
그 사람이 중간고사를 끝낸 이후
내가 그 사람에게 빌려줬던 커다란 이불을 가지러
다시 오겠단 약속.
며칠전 이 약속때문에 중간고사가 끝나갈 즈음에 연락을 했다.
목요일날 시험이 끝난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사람이 주말에 그 이불을 들고
부산까지 오겠다는 것. 난 귀찮을 꺼라며 재차 물었고
그 사람은 그러겠다고 재차 답했다.
굳이 왜?라는 생각이 일었지만
그 사람의 결정에 딱히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왜인지
그 이후 일요일만 바라보게 되더라.
나는 도대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그 사람을 벗어나려 노력한 지금에도
아직까지 그 사람의 그림자를 밟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돌아서서 도망친 만큼
그림자를 만드는 반대편의 해가 서서히 기울어
달아난 만큼 길어진 그림자의 끝자락을
여전히 밟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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