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이트오프(Night Off) - 잠(Sleep)

 월요일에 알바 끝나고 희재랑 남포동에서 데이트하기로 했다.
그래서 전날 밤에 맛집을 검색하는 중 흘러나오던 노래.

 뜬금없이 유튜브 추천으로 틀어진 잘 모르는 곡의 목소리가 낯익어 핸드폰을 바라보니 이름이 나이트오프였다.
간호사 삼교대 근무표야 뭐야... 영상의 더보기 란을 누르고 뜨악했다.
'언니네 이발관의 이능룡과 못Mot의 이이언이 만든 프로젝트팀 나이트오프'
언니네 이발관은 말할 것도 없고
얼마 만에 들어보는 이름 못과 이이언. 스무 살 때 날개랑 Bulletproof를 참 많이 들었는데
이이언의 목소리는 여전히 심연을 노래하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한층 밝은 밴드 사운드가 우울보다는 보듬음을 그러다 터질듯한 울음에는 토닥임을.
그렇게 자기성찰과 위로를 동시에 말하는 묘한 노래를 무한 재생 중이다.


                                             *  *  *

 
 어릴 적 우리 동네 아파트 길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도망 다니기 바쁜 친구들이었다.
다가가던 나를 주시하다 차와 차 사이를 쏘다니며 달아났다. 그게 길고양이들의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희재가 사는 동네의 길고양이들을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몇 년 전 가게 뒷문 한 편에 길고양이 가족을 위한 작은 공간을 내어주셨던 희재의 어머니가
건강상의 문제로 하시던 장사를 접을 때 희재는 남겨질 고양이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도 바로 옆 작은 주차장 한쪽을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변의 주민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애정해줬는지 겨울을 보낼 스티로폼 집도 있고 밥도 넉넉해 보였다.
희재가 찡찡이와 꽃님이 이름을 부를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다리 사이를 휘젓듯 비비다 이내 발라당 배를 까고 눕는다.
주차장 바닥에 철푸덕 앉아 찡찡이를 쓰다듬으면 어디선가 또 다른 친구들이 나타나 주변에 앉는다.
과장 조금 보태서 흡사 자연을 다루는 드루이드를 보는 듯했다.
지금 키우는 코코 외에도 여러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어루만짐이 남달라 보였다.
처음 보는 생경한 광경에 어찌할 줄 모르는 나에게 희재는 쓰다듬어 보라고 말했다. 
어떻게 어떤 강도로 어디를 만져야 할지 혹시 벼룩이라도 튀지 않을지 걱정했다.
처음으로 쓰다듬어본 길고양이의 등은 생각보다 푸석푸석했다.

 종종 희재는 같이 살 미래를 이야기할 때면 항상 고양이를 키우자며 있지도 않은 친구들의 이름을 짓는다.
그 말이 장난삼아서 하는 가벼운 주제인 것을 알지만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게 호락호락 한 일이 아님을 알기에
가볍게 받아 줄 수만은 없어 '안 키울 건데,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하자.'하고 반대한다.
물론 제안해 오는 이름들이 제임스, 엘리스 혹은 드미트리 같은 고상한 이름들이라 별로이기도 했다.
한번은 나도 음식 이름으로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보카도 샐러드를 거꾸로 해서 러셀, 도카, 보아 은 어떻냐고 한 적은 있지만 이름이 구려 보이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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