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재


시와 - 새 이름을 갖고 싶어



희재를 만난 지 3년 반이 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긴 시간인데 그런데도 일기장에 희재의 이야기가 거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희재는 내 일기장을 알고 있다. 
만난 지 일 년째 되던 해였을까? 내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내 노트북 크롬에 북마크 되어있는 일기장을 희재에게 들켰다.
절대 보여줄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에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겠다고 생떼를 부려서 하나의 조건을 달고 보여줬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전부 읽고 같이 이야기할 것.
나는 발가벗겨진 기분에 등이 간지러웠고 그렇게 같은 자리에서 모든 글을 다 읽은 희재는 삐죽 오리입을 했다.

- 질투 나. 

- 그러니까 내가 보지 말라고 했잖아 바보야.

- ...

- 내가 다 적지 않아서 그렇지 그 새끼 진짜 개 쓰레기였어. 그러니까 전혀...

- 안아줘.

희재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고 나는 힘껏 껴안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물론 희재는 가명이다. 매번 일기를 쓸 때 애인이라는 명칭에 부족함을 느껴 새 이름을 지었다. 
이름... 그냥 이름으로 부르고 싶었다. 희재.
좋다.


                                                       * * *


최근 박상영 작가님의 책 세 권을 발간 역순으로 읽었다. 박상영 작가님의 글은 참 쉽게 읽혀서 좋다. 
그중에서도 단연 <대도시의 사랑법>이 제일 좋았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자서전적으로 쓰인 글이기에 실제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부분부분들이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상황은 다르지만, 화자가 느끼는 감정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분명 작가님 경험담도 섞여 있을 거야 하는 나에게 작가님은 책 맨 마지막 줄에 한 문장으로 내 뒤통수를 때렸다.
'소설 속 지명은 사실을 기초로 하고 있으나, 그 밖의 인물이나 사건은 모두 허구다.'

책들을 읽고 나니 일기를 무척 쓰고 싶었다. 아무렴 상관없다. 내 이야기를 써야지.
그래도 희재가 의식되지 않는 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서 글이 조금 건조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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