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변희수 하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정밀아 - 언니


                     *      *      *


그대에게

인터넷 속보 기사를 봤어요.
클릭하기 전 제발 사실이 아니길... 제발 아니길 바랐지만...
많이 힘들었나 봐요. 그대.

나 당신을 참 많이 응원했어요. 희재와 당신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했구요.
인권위에서 당신의 강제 전역은 부당하며 복직해야 한다고 발표한 소식을 듣고 나 많이 기뻐했어요.
나 언젠가 당신이 당신의 권리를 당당히 찾아 환히 웃을 수 있기를 기도했어요.
조금만 더 참아보기에는 버거웠나 보죠. 그대.

나 당신 소식을 보고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어요. 내 안에 알 수 없는 슬픈 분노도 일어요.
나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그대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고, 어깨를 주물러 주고 싶다고 글을 쓰는 일밖에 없네요.
그곳에선 평안하시라고 쓰는 것 조차 힘이 들까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      *      *


항상 희재가 퇴근을 할 시간이 되면 희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로 희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어제 문득 며칠 전 본 인터넷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최근 기온이 들쑥날쑥 편차가 심해서 개구리가 봄인 줄 알고 겨울잠을 끝내고 밖을 나왔는데 너무 추워 동사한다는 기사였다.
우리는 안다. 개구리가 동사한 건 개구리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개구리에겐 재해에 가까운 기온변화가 문제라는 것을.
이 개구리 이야기는 비단 개구리 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그리곤 작년 11월에 있었던 발달 장애인 노숙자 이야기를 했다.
발달 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이 엄마의 사망 이후 노숙자가 되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곱 달 만에 길을 지나가던 사회복지사에게 발견된 사건.
우리는 안다. 발달 장애를 가진 아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재해에 가까운 사회안전망이 문제라는 것을.

희재와 이 이야기를 나눈 지 채 하루가 되지 않았는데,
故 변희수 하사님마저 개구리가 되었다.
더 슬픈 사실은 아직 많은 사람이 개구리가 잘못한 줄 안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정말 한 톨의 잘못도 없다.

                     *      *      *

아... 글을 쓰다 보니 걱정이 되는 사람이 있다.
숙명여대에 합격했다가 여대생들의 반발에 재수를 하겠다며 입학을 포기했던 트랜스젠더 소녀.

1년이 지난 지금 당신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오늘이 3월 3일이니 더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 이제 막 개강한 파릇파릇한 새내기인가요.
코로나 시대에 평안히 잘 지내고 있나요.
암울한 슬픔을 딛고 찬란히 빛나고 있나요.
그건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날은 언젠가 반드시 올 테니까 같이 끝까지 살아남아요.
반드시 행복하세요.





덧글

  • rumic71 2021/03/04 04:03 # 답글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그녀가 몰던 123호 차량은 영원히 주인을 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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